안녕하세요, MoonLight입니다.
예전에 이동진 평론가님이 'The Father'라는 영화를 소개해 주셨는데, 언제 한 번 꼭 봐야지 하면서 미루기만 하다가 얼마전에 시간이 되어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치매라는 보편적이지만 당사자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주제를 담담한 연출과 안소니 홉킨스의 압도적인 연기로 풀어낸 명작입니다.
단순히 '치매'를 외적인 질병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겪는 듯한 혼란과 상실감 속에서 점차 무너져가는 인간의 내면을 관객들도 느끼게 해줍니다.
1. 줄거리
영화는 런던의 어느 아파트에서 안소니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80대의 노인 안소니는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만, 본인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딸 앤은 그런 아버지를 위해 간병인을 고용하지만, 안소니는 간병인들이 자신의 물건을 훔친다고 의심하고 괴롭히며 꼬장을 부리면서 모두 쫓아내 버립니다.

앤은 아버지와 자신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며, 안소니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자신의 딸, 집, 심지어 자신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이런 의심과 혼란속에서 꼬장을 부리던 노인은 어느새 무너지며 엄마를 찾으면서 간호사의 품에서 흐느낍니다.
2. 등장인물
안소니 (안소니 홉킨스) :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노인. 자신의 기억과 현실이 뒤섞이는 혼란 속에서 고통받는 노인을 연기합니다.
앤 (올리비아 콜맨) : 안소니의 딸. 아버지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점차 지쳐가며 자신의 삶과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폴 (마크 게티스/루퍼스 스웰) : 앤의 남편(혹은 전 남편). 안소니의 시선에서 여러 배우로 번갈아 등장하며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로라 (이모겐 푸츠) : 안소니가 고용했던 간병인 중 한 명. 안소니는 그녀에게서 죽은 딸 루시의 모습을 겹쳐본다.
빌 (남자 간호사, 마크 게티스/루퍼스 스웰) & 캐서린 (여자 간호사, 올리비아 윌리엄스) : 요양원에서 안소니를 돌보는 간호사들. 폴과 마찬가지로 안소니의 시선에서는 배우가 번갈아 등장한다.
3. 연출 , 공간 , 연기 등등...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안소니 홉킨스의 압도적인 연기입니다. '양들의 침묵'에서 15분밖에 나오진 않았지만 그가 보여준 강렬한 연기 이후에 저에게는 줄곧 '안소니 홉킨스'는 '한니발 렉터'였습니다.
하지만, 'The Father'에서 그는 너무나 나약한 노인이었습니다.

표정과 말투, 손짓, 몸짓에서 그는 완벽하게 무너져가는 노인이었습니다. 혼자 나오는 씬도 많은데 그의 연기력은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순진무구하게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 같은 모습부터 분노와 좌절에 휩싸인 모습, 그리고 깊은 슬픔과 두려움에 잠긴 모습까지, 그는 다층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을 놀랍도록 섬세하였습니다.
딸 역의 올리비아 콜맨도 너무나 훌륭한 연기자이지만, 안소니 홉킨스에게는 비비지 못하더군요.

안소니의 딸 앤은 아버지의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지만, 점차 지쳐가는 모습을 통해 현실적인 간병인의 어려움을 표현합니다.

또한, 영화는 치매라는 질병이 개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까지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감독은 안소니가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연출을 사용합니다.
시간 순서를 뒤섞기도 하고, 같은 등장인물의 얼굴과 대사를 반복적으로 변화시키며 공간도 끊임없이 재구성합니다.
이런 연출은 안소니가 겪는 혼란, 불확실성, 불안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효과를 주며 영화를 보는 우리들이 그의 몸에 들어가서 그가 느끼는 혼란을 똑같이 느끼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안소니의 아파트 안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는 답답함과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감독의 장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4. 명대사
이 영화에는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대사들이 몇 개 나오는데, 이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Who exactly am I?" (나는 정확히 누구지?)
- 안소니가 자신의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워하며 던지는 질문입니다.
"What about me?" (나는 어떻게 되는 거죠?)
- 안소니가 앤에게 파리로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대사입니다.
"I am… not going… anywhere" (나는… 아무 데도… 안 가.)
- 안소니가 요양원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절망하며,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과 대비를 이루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Mummy..." (엄마...)
- 영화 후반부, 요양원에서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엄마를 찾는 안소니의 대사는 깊은 슬픔과 연민을 자아냅니다.
"I feel like I'm losing all my leaves." (나의 나뭇잎이 다 떨어지는 기분이야.)
- 안소니가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대사. 저는 이 대사가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내 안의 나를 만들고 구성하는 어떤 것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을 '나의 나뭇잎이 떨어진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ㅠㅠ

5. 마무리
'The Father'는 치매라는 질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존재와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기억과 정체성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안소니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안소니의 모습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영화적 경험을 넘어,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감정적 울림과 깊은 사유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의 "I feel like I'm losing all my leaves.(나의 나뭇잎이 다 떨어지는 기분이야.)"라는 대사는 정말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잔잔한(?) 드라마를 보고싶으신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감사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 Captain America : Brave New World ) - 마블 부활의 신호탄 !! (4) | 2025.02.20 |
---|---|
존 카펜터((John Carpenter))의 '더 포그(The Fog, 1980)' - 끈적하고 천천히 스며드는 공포 걸작 (2) | 2025.02.20 |
오징어 게임 시즌 2 리뷰 (0) | 2025.01.16 |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0) | 2025.01.16 |
오징어 게임 시즌 2 리뷰 (4) | 2024.12.30 |